리뷰

[리뷰] 설국열차

.지은. 2016. 2. 28. 13:39

*스포가 있습니다

설국열차를 보는 시선이 결국 한국을, 더 가까이 서울로 좁혀진다면 그 영화는 결국 SF가 아니라 밤 9시 50분이면 하는 티비 드라마가 된다. 현실의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설정한 장치들 위로 현실이 반영되는 것, 다시 말해 에이치디 화면을 의식해 모공 한점 없는 여배우의 화장 위로 흐르는 눈물처럼 말이다. 이런 설국열차는 스크린 속이라는 사실을 부정하지 않는 동시에 스크린 밖을 교묘하게 빠져나가기를 반복하며 끝내 극장을 나서는 순간까지 열차를 (관객들의 머리 속에) 환기시킨다. 그렇다면 극장을 나선 관객들은 정말 '설국열차'에서 내린걸까? 꼬리칸도 윌포드도 모두 8000원짜리 가상 세계 체험에 불과했던 걸까? 무의식적으로 터치한 스마트폰 위로 수십개의 씨에프를 찍고 부모님에게 집을 선물했다는 어느 여자 아이돌의 기사가, 동시에 정신 지체 장애를 가진 엄마가 아이를 위한답시고 체리를 훔쳤다는 기사가, 국정원 사건을 규탄하는 촛불 집회 기사와 비자금 의혹을 받고 있는 어느 대기업 임원의 기사가, 가로선을 두고 쌓여있다. 심지어 영화를 보며 먹은 팝콘통을 버릴 때조차 우린 아직 '설국열차'에 타고 있었다. 끊임없는 순환이 영원할 것만 같았던 스크린 속 설국열차는 결국 멈췄지만 스크린 밖 설국열차는 여전히 달리고 있다. 다만 달리고 있는 것 조차 느끼지 못하는, 이를테면 '지금 이 세계가 최선이자 영원일거야'라고 믿는 스크린 밖 사람들은 북극곰이 그저 불쌍하기만 할 뿐이다.